Updated at 2024-07-02

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은 나의 군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장소였다. 휴대폰을 사용 할 수 있게되었지만 불과 6인치 남짓한 스크린과 터치 컨트롤은 심심함은 덜어줘도 생산적인 일을 하기는 어려웠다.

처음 자대에 오자마자 사지방에 갔었다. 리눅스 민트 기반의 Distro ‘하모니카 OS’가 설치된 자리가 있었고, 윈도우10이 설치된 자리가 있엇는데,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보니 항상 한산했다. 냉/난방은 거의 되지 않았고, 의자도 불편했다. 하지만 그 후 거의 매일같이 사지방을 가게되었고, 오히려 사회에서보다도 더 많은 것을 사지방에서 배울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게임을 하는 것은 별로 첫 목표가 아니었다. 게임을 그닥 즐기지도 않는데 굳이 위험부담을 하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코딩에도 많은 어려움이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위해 많은 시도들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게임까지 넘어가게 되었다. 군대에서 코딩하기는 해당 글을 읽어보길 바란다.

처음 군대에서 코딩하기 글을 작성할 때에는 ssh포트(를 포함한 대부분의 포트)나 udp통신이 막혀있다든가, 프로그램 설치가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다는 여러 문제를 극복하기위해 집의 RaspberryPi 서버를 활용해 code-server를 사용했었다. 몇가지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거의 완벽한 수준의 개발을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어느 규정을 어기거나 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이정도 선에서 그만두는 것을 추천한다. Apache Guacamole같은 WebVNC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걸리지 않으면 FM이라했다. code-server의 몇가지 불편함과 WebVNC의 답답함 등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한 결과 사지방을 사실상 개인 PC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전역을 한지도 오래 됐으니 내 경험을 조금 풀어보려한다.

Process Hacker

Process Hacker는 작업관리자 2.0같은 느낌이다. 사지방 내의 보안 프로그램을 강제종료 시킬 수 있었던 소프트웨어이다. 어느 프로그램이 보안프로그램인지는 정확히 알려주지는 않겠지만, 보안프로그램을 종료한 순간 네트워크를 제외한 모든 제약은 풀린 것이나 다음 없다. 부대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Logging까지 담당하는 듯 했기에, 해당 PC에서 어떤 짓을 하든 네트워크 패킷을 분석하지 않는 이상 알 길이 없어보였다.

문제는 강제종료 전까지는 모두 기록이 남을 것이고, 이런 툴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다.

VPN

이런 상황에서 VPN을 사용하는 것은 꽤나 뻔하지만, 사지방 특성상 일반적으로 VPN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처음에는 Mudfish라는 VPN을 사용했었는데, 설정 할 수 있는 부분은 많아서 좋았지만, Remote Desktop을 하기에는 비용이 큰 부담이어서 결국 사용하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 TCP/443 연결로 VPN을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UDP나 다른 포트들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불가능하기때문에 TCP/433 통신을 사용해야한다. TCP/443은 구조적으로 막을 수 없기때문에 검열에서 안전하다. 나는 집의 RaspberryPi에 TCP/443 연결을 지원하는 OpenVPN 서버를 구축해 사용하였다. OpenVPN의 클라이언트 OpenVPN Connect는 막혀있지도 않았다. 개인 VPN서버를 구축해 사용하는 병사가 과연 몇명이나 있겠는가. 구축과정은 이 글에 모두 담아두었다. 만약 집에 개인 서버가 없어 Mudfish를 사용해야한다면 Mudfish Documentation의 이 부분을 참고하면 된다.

Updated at 2024-07-02 많은 VPN의 경우 OpenVPN 클라이언트를 지원하고, TCP/443포트 또한 지원한다. 굳이 서버를 열지 않아도 월 5-6천원 꼴의 VPN을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VPN 차단에 막히지 않을 가정용 IP를 사용할 서버를 구축하는 것임은 변함이 없다.

BYOOS - Bring your own OS

이제 네트워크와 프로그램 차단의 문제는 모두 해결됐다. 문제는 이 복잡한 과정을 항상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제어판에 들어갈 수 없다거나, 오른쪽 클릭이 안된다든가 하는 자잘하지만 큰 문제들은 고쳐지지 않는다. 특히 오른쪽클릭은 문제가 됐던게, Mudfish를 우회시키는 과정에서 실행 옵션에 -t flag를 넣어주어야하는데, 속성에 들어갈 방법이 전무해 스팀 클라이언트를 통해 실행을 한다든가 하는 아주 번거롭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했다(더 좋은 방법이 있을 수 있었겠지만 OpenVPN을 사용하기 전까지 사용하던 방법이었다) 그렇게 해도 불안정한 통신과 매번 초기화돼 이 번거로운 프로세스를 다시 해야하는 것은 덤이었다.

결국 개인, 일반 OS를 사용해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엔 어떻게 가능한가를 생각했지만, 따지고보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말하지 않겠지만, 저장장치가 변했는지, OS의 사용자가 그대로인지 등의 정보는 딱히 검열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굉장히 위험한 방법이지만, 네트워크를 VPN까지 써주면 개인 PC나 다름없었다. PC를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고, 더이상 불안에 떨며 이런저런 우회수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됐다. 터미널을 막아둔 하모니카OS PC도 쓸모있는 윈도우 PC로 바꿔주니 더욱 좋았다. 더군다나 PC성능도 괜찮았다. 램이 좀 부족했지만, 이내 누군가가 전역 후 쓸 겸 램을 구매하면서 해결되었다…

Dex

사실 위의 방법은 너무나도 위험천만하다. 부대 분위기를 봐가면서 사용을 하자. 만약 어렵다면 삼성의 Dex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데이터가 무제한이라면 Parsec등을 사용해 원격접속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엔 Dex를 사용하기 위해 허브도 사보고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무래도 답답한 면이 있어 위의 방법을 사용했다. 간부가 Dex를 군 내에서 쓰는 것도 본 적이 있으니 보안위규라고 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덕분에 아주 즐거운 군생활을 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고나니 아쉬웠던건 모니터 등의 주변기기가 아주 폐급이었다는 것 정도였다. 이 방법을 애용하게 된 내 동기는 키보드랑 마우스랑 마우스패드까지 세트로 들고오더니 나중에는 모니터를 사겠다는 아주 당찬 계획까지 가졌었다. 물론 뜯어 말렸지만.. 사실 이 방법을 제대로 써주려면 개인 VPN이 거의 필수인 듯 하다. 일반 사설 VPN은 TCP/443이 안되는 경우도 있고, 상대적으로 막히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입대하기 전에 홈서버정도는, 또는 VPS정도는 열어두고 가는 것을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